Gihyun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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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Life / Art

아마도 모네는

잔잔한 연못 위에 떠 있는 수련

그림을 감상하고 한참 세월이 지난 후 불현듯 일상에서 작가의 시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그런 순간이 은근슬쩍 찾아온다. 특정한 물체를 보거나 어떤 공간에 서 있을 때 ‘작가는 이런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겠구나’ 하고 잠시 빠져드는 시간이다.

결혼 후 서울과 경기도가 맞닿은 경계에 자리 잡은 마을로 이사를 갔다. 숲이 가까운 동네였다. 뒷산이 아파트 바로 앞에 있어서 공기가 맑았고, 밤이 되면 캠핑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었다.

그 시절에 자주 가던 식물원이 있었다. 어느 날 해가 질 무렵, 산책을 하다 작은 연못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가슴이 답답한 일이 있어서 나온 날이었다. 당시 하고 있던 일이나 내가 속해 있던 회사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은 무엇이 그렇게 나를 답답하게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잔잔한 물 위에 수련이 떠 있었다. 연한 분홍빛 꽃 한 송이가 보랏빛과 초록빛 잎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 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기보다는, 주변의 여러 색감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수련이 물과 만나는 지점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경계선은 물 위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모네의 수련 연작이 떠올랐다. 모네는 아마도 수련의 모습보다는 수련이 주변과 어우러져 있는 분위기와 은은한 존재감에 더 감동했던 것이 아닐까.

가끔은 일상이 그림처럼 보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는 작가의 시선과 태도를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예술을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그날 나는 그 수련 앞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 ‘아마도 모네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함께.